하얗던 짬뽕, 70년대부터 빨개졌다

日서 들어와 우리 입맛 맞게 진화… 한·일 짬뽕 세미나서 발표

짬뽕은 한국인이 가장 즐겨 먹는 음식 중 하나지만 어원이나 유래 등은 명확하지 않다. 지난 21일 서울 서교동 중식당 ‘진진가연’에서 열린 ‘동아시아 짬뽕을 말하다’ 세미나의 결론은 ‘일본 나가사키에서 건너온 것으로 추정되며, 1970년대에 지금의 맛을 갖춘 한국 음식’이라는 것이었다. 요리사 박찬일씨가 기획한 이날 세미나엔 화교요리사계 원로 왕육성씨와 ‘짬뽕마을’로 불리는 일본 나가사키현 오바마(小浜) 마을 ‘오바마짬뽕애호회’ 회장단, 음식칼럼니스트 박정배씨 등이 참석했다.

짬뽕 출생지가 나가사키라는 데 참석자 대부분이 동의했다. 1800년대 말 나가사키 중식당 ‘시카이로(四海樓)’ 창업자 천핑순(陳平順)이 중국 유학생들을 위해 돼지뼈육수로 만든 싸고 푸짐한 면요리라는 것. 박정배씨는 “1905년 나가사키 지역 신문에 짬뽕이 처음 등장하며 이때부터 나가사키 중국집들에 짬뽕이 등장한다”고 했다. 나가사키에는 현재 1100여 개 식당에서 짬뽕을 팔고 있다.

오바마 공무원이면서 ‘짬뽕 두목’으로 불리는 하야시다 마사아키(林田眞明)씨는 “도쿄 이북에서는 짬뽕을 모르는 이들도 많다”며 “일본에서 짬뽕은 나가사키 향토 음식”이라고 했다. 짬뽕은 적어도 1960년대에 한국에 건너온 것으로 보인다. 왕육성씨는 “돼지뼈 육수가 한국인 입맛에 덜 맞았기 때문에 큰 인기는 없었다”고 했다.

짬뽕이 한국인 입맛을 사로잡은 건 1970년대 초반으로 추정된다. 왕씨는 “처음에는 가느다란 실고추를 고명으로 얹어 내다가, 어떤 요리사가 매운맛을 내려고 고추를 국물에 넣은 게 좋은 반응을 얻으며 매워졌다”고 했다. 마른 고추를 기름에 볶다 육수를 부어 국물을 낸 고추짬뽕이 먼저 나왔고, 고춧가루를 사용하면서 붉은빛과 강렬한 매운맛을 갖게 됐다. 육수 재료도 돼지뼈보다 가벼운 맛을 내는 닭뼈와 시원한 맛을 내려고 해산물을 사용하면서 ‘원조’인 나가사키 짬뽕과 확연히 달라졌다. 하야시다씨도 “한국 짬뽕은 해산물로 시원한 맛을 내는 점이 나가사키 짬뽕과 다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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